나는 생각이 잘 없다
다시 말해 전략이 없다는 것
어렸을 때
진짜 아주 어렸을 때
그림맞추기라며 외할머니께 화투를 배웠었는데
그로 인해 어린 나이에도 고스톱을 칠 수 있었다
하지만 말 그대로 그림맞추기
옆 사람이 무슨 패를 먹었으니
뭐은 안되겠고 다른 걸로 승부를 봐야지
하는 이런 생각을 사실 군대가기전까지도 하지 못했다
멍청함
그 자체
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는데
일단 관계의 시작인 대화에서부터
전략도 없고 생각도 없었다
사실 생각나는 데로 말을 했고
나름 필터에 거르지 않고 나온 말들이
잘 먹혀들었는지 말을 웃기게 한다는 평이 나있긴 하지만
대부분 다 가벼운 언사들일 뿐이다
그리고 이로 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
무거운 말
진중한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
몹시 낯이 뜨겁고
손발이 오그라들고
빨리 이 곳을 뜨고 싶은 마음이 든다
그래서 그런지 몰라도
여자와의 관계에서 결단을 지어야하는 부분에서
밍기적대다가 기회를 날려버린 아픈 추억이 있다
이 상황에서
어떻게 말을 해야하지
뭐라고 해야하지
정말 머릿속이 하얘지고
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
군대에서 선임들과 보초를 서다보면
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
종잡을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
사실 나도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건지
궁금하다
인생이 멍때리다
지금까지 온 것 같다
이러한 생각없음은
단편적인 말은 가능한데
좀 길게 외워야 하는 것
이를테면
노래가사
노래의 음정이나 박자
발표할 때 말해야 할 것들
이런 것들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
말을 조리있고
자유자재로 할 수 없고
기계적으로 암기한 것만 할 수 있는 그런 것
이 빗장으로 된 난간이 인생을 가로 막고 있다
태그 : 무념무상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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